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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업무 분장이 복수 부서에 나뉘는 배경

by story785 2026. 2. 14.

회사에서 조직도를 보다 보면 종종 멈칫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 팀이 두 개 이상 존재할 때입니다.
처음에는 “역할이 조금 다르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업무 내용을 들여다보면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경영기획에서 조직 구조를 검토할 때, 동일하거나 유사한 업무가 복수 부서에 나뉘어 있는 현상은 꽤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현상은 대부분 비효율의 결과라기보다는, 조직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선택의 흔적에 가깝습니다.

 

 


조직 성장 단계의 변화

1) 소규모 조직의 역할 중첩

조직이 작을 때는 역할을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일이 먼저 생기고, 사람이 그 일을 가져갑니다.
이 시기에는 동일 업무가 “나뉘어 있다”기보다는, “겹쳐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제가 초기 성장 단계 조직을 분석할 때 자주 봤던 모습은 이렇습니다.

  • 한 부서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기획도 하고
  • 다른 부서는 관리 차원에서 같은 데이터를 다시 다루는 구조

이 단계에서는 중복이 문제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속도가 더 중요하고, 누가 하느냐보다 일이 끝나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2) 규모 확장 이후의 역할 분리 시도

조직이 커지면 상황이 바뀝니다.
업무량이 늘고, 인원이 늘고, 책임 소재에 대한 요구가 커집니다.
이때 기존에 한 부서에서 하던 일을 “나눠야 할 필요성”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분리가 항상 기존 구조를 정리하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은

  • 기존 부서는 역할을 일부 유지한 채
  • 새로운 부서가 추가로 같은 업무의 일부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시점부터 동일 업무의 복수 부서 분장이 구조적으로 고착되기 시작합니다.


기능 중심 조직 설계의 영향

1) 관점 차이에 따른 업무 재정의

기능 중심 조직에서는 같은 업무라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데이터라도

  • 한 부서는 운영 관리 관점에서
  • 다른 부서는 전략 분석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경영기획에서 보면, 이 차이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왜 같은 자료를 두 번 만드느냐”는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제가 경험한 조직에서도

  • 실무 부서는 실행을 위해
  • 지원 부서는 통제를 위해
    같은 업무를 각자의 언어로 다시 정의하고 있었습니다.

2) 역할 정의보다 기능 분리가 우선된 구조

조직 개편 과정에서 종종 보게 되는 문제는,
“이 일을 누가 할 것인가”보다
“이 기능은 어느 본부에 둘 것인가”가 먼저 결정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 기존 업무를 완전히 이관하지 못한 채
  • 기능만 분리되고
  • 업무는 양쪽에 남는 구조가 됩니다

이 구조는 단기간에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임과 권한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책임 회피와 리스크 관리 심리

1) 실패 가능성이 있는 업무의 분산

조직에서 민감한 업무일수록, 한 부서에 모든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꺼립니다.
특히 외부 감사, 규제 대응, 비용 통제처럼 결과에 대한 책임이 무거운 영역에서는 이 경향이 더 강합니다.

제가 경영기획에서 구조를 분석하며 느낀 점은,
동일 업무가 복수 부서에 나뉘는 이유 중 상당 부분이 리스크 분산 심리라는 것입니다.

  • 실무 부서는 “지시에 따라 했다”고 말할 수 있고
  • 관리 부서는 “검토는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구조

이 구조는 책임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책임을 나누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2) 최종 결정권 부재 구조

업무가 나뉘어 있지만, 최종 결정권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이럴 때 조직은 자연스럽게

  • 여러 부서가 같은 일을 준비하고
  • 결정은 상위에서 다시 하는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결과적으로 동일 업무가 반복되고, 시간과 자원이 이중으로 소모됩니다.
하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이를 “안전 장치”로 인식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경영기획 관점에서 본 구조적 누적

1) 임시 대응의 상시화

조직 내 역할 중복의 상당수는 임시 대응에서 시작됩니다.

  • 특정 프로젝트 대응
  • 갑작스러운 외부 요구
  • 단기적인 성과 압박

이때 만들어진 임시 역할은, 일이 끝난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서와 조직도가 남고, 담당자가 생기면서 상시 업무로 굳어집니다.

제가 여러 차례 조직 진단을 하면서 느낀 건,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구조”보다
“정리되지 않은 임시 구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 전체 관점 부재

동일 업무가 복수 부서에 나뉘는 구조는, 부분 최적화의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각 부서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지만,
조직 전체 관점에서는 조정되지 않은 상태로 누적된 것입니다.

경영기획의 역할이 중요한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업무 하나하나의 타당성보다,
이 구조가 조직 전체 흐름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동일 업무 분장이 문제로 인식되는 시점

1) 성과 책임 논쟁

동일 업무가 복수 부서에 존재해도,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시점은 성과가 나쁘거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입니다.

  • 이건 누가 책임지는가
  • 어디까지가 우리 역할이었는가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순간,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2) 의사결정 속도 저하

업무가 나뉘어 있을수록, 의사결정은 느려집니다.
각 부서의 의견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고,
서로의 판단을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됩니다.

제가 체감한 바로는,
동일 업무 분장이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는 시점은
“속도가 중요한 국면”에 조직이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동일한 업무가 여러 부서에 나뉘어 있는 구조를 바라볼 때, 저는 이 현상을 단순히 “정리해야 할 비효율”로만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이 구조는 조직이 그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고, 무엇을 두려워했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피해 왔는지를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내는 흔적에 가깝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위험한 접근은, 중복이라는 결과만 보고 원인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은 채 구조를 단순화해 버리는 것입니다.

경영기획 업무를 하며 여러 차례 경험한 장면은 이렇습니다. 동일 업무를 하나의 부서로 통합하자는 결론은 빠르게 내려지지만, 막상 통합 이후에는 전혀 다른 형태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업무는 줄었지만 책임은 더 무거워지고, 리스크는 특정 조직에 집중되며, 의사결정은 오히려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이전 구조가 비효율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어 왔던 이유가, 통합 이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일 업무 분장이 존재하는 조직일수록, 그 안에 암묵적인 긴장과 불안이 깔려 있다고 느낍니다. 실패했을 때 누구도 혼자 책임지지 않으려는 심리, 판단의 근거를 여러 층위로 쌓아두고 싶어 하는 욕구, 그리고 조직이 아직 스스로의 의사결정 기준을 충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가 겹쳐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에서 중복 구조를 무리하게 제거하면, 조직은 효율을 얻는 대신 안정감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동일 업무가 복수 부서에 존재할 때,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 중복이 없어진다면, 조직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와야만, 그 다음 단계로 구조 조정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일을 줄이기 위한 통합인지, 아니면 책임 구조를 다시 설계하기 위한 선택인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조직은 형태만 바꾼 채 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동일 업무 분장이 반드시 나쁜 구조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일정 단계까지는 중복이 조직의 안전장치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 중복이 언제까지 유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없는 상태로 방치될 때입니다. 임시 대응으로 만들어진 역할이 상시화되고, 그 이유를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는 순간부터 중복은 비용으로 전환됩니다. 이 시점을 놓치지 않고 구조를 재검토하는 것이 경영기획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느낍니다.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동일 업무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접근은 “누가 최종 판단을 하는가”를 명확히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업무는 여러 부서가 관여하더라도, 결정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가 분명해지면 중복의 체감 비용은 크게 줄어듭니다. 반대로 최종 결정권이 모호한 상태에서는, 업무를 아무리 정리해도 조직은 계속해서 같은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결국 동일 업무의 복수 부서 분장은 조직이 성장하며 만들어낸 타협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는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 어렵고, 다만 조직의 현재 상태와 방향성에 비춰볼 필요가 있습니다. 빠른 실행이 필요한 국면인지, 리스크 관리가 우선인 시점인지, 아니면 책임 구조를 재정비해야 할 단계인지에 따라 같은 구조도 전혀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경영기획에서 이 주제를 다룰 때마다 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이 중복이 우리 조직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가, 아니면 더 느리게 만드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해지는 순간, 동일 업무 분장은 정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유지해야 할 선택이 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중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중복이 왜 존재하는지를 조직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